새집의 첫 번째 거미

말을 걸어오는 건축물과 귀 기울이는 인간의 따뜻한 공존,

모든 것의 가치를 으로만 평가하는 사회에 울리는 경종

도시는 빠르게 변하고, 하루아침에 건물은 바뀐다. 오래된 건물이 사라진 자리에 새 건물이 들어선다. 지역의 상징이던 다방, 30년 된 동네 빵집, 40년 넘게 자리를 지킨 책방 등이 흔적도 없이 철거되는 것이 현실. 추억은 힘이 없다, 돈을 이길 힘이 없다. 추억을 돈으로 산 승자들은 웃는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승자는 머지않아 패자가 될 것이다. 그 새 건물도 훗날, 흔적도 없이 사라질 테니까. 이 책은 인간과 의인화한 건축물의 관계를 그리며 질문과 해답을 동시에 던진다. 오래된 건물은 더는 가치가 없는 걸까? 돈이 되지 않으면 전부 사라져야 할까?

떻게 하면 오래 살아남을 수 있어?”

.”

 

근대 건축물이 가득한 동네에 지어진 새집 ‘미선이’는 오래된 근대 건축물이 철거되는 것을 보고 공포를 느끼고, 단지 오래 살아남는 것이 목표가 된다. 하지만 원인을 알 수 없는 지진으로 살던 가족마저 떠나 버리고, 미선이는 ‘귀신 붙은 집’으로 소문나 철거될 위기에 처한다. 절망에 빠졌던 미선이는 갈 곳 없는 거미 가족과 길고양이들을 돌보며 걱정을 잊고, 마침내 새로 입주하는 선량한 가족 ‘재로네’와 만난다. 미선이는 인간에 대한 불신 탓에 처음에는 재로와 그 가족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지만,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진심으로 아껴 주는 이 가족을 사랑하게 되면서 건축물로서의 자신의 가치와 사명을 깨닫기 시작한다. 재로는 말을 더듬는 탓에 새로 전학 온 학교에 가는 것을 두려워했지만, 따뜻한 부모님의 보살핌과 미선이의 사랑 속에 잘 적응한다. 그러나 재로는 이민을 떠나게 되고, 미선이와 재로는 슬픔 속에 이별한다. 재로는 미선이에게 말한다. 커서, 다시, 올게.” 그리고 미선이는 시간이 흐르며 새집이 아닌 헌 집이 되고, 기습 철거되는 옛 비누 공장 애경이, 말라 죽어 잘려 나가는 푸조나무 등을 지켜보며 다시 철거 위기에 처한다. 과연, 미선이와 재로는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조일양조장, 인천우체국, 답동성당, 애경사…….

책 속에서 만나는 실제 근대 건축물의 역사와 그 가치

이 책 속에는 오랜 역사를 지닌 우리나라의 실제 근대 건축물이 배경으로 등장한다. 안타깝게 철거된 남한 최초의 기계식 소주 공장 ‘조일양조장’과 기습 철거로 논란이 되었던 비누 공장 ‘애경사’, 안전 문제로 최근 문을 닫고 새 출발을 준비 중인 ‘인천우체국’, 긴 역사를 품고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답동성당’까지. 책에는 이 실제 건축물들이 의인화되어 등장한다. 또 고증을 거쳐 탄생한 멋진 흑백 그림과 마지막 장에는 건축물의 역사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삽입해 더욱 흥미를 끈다. 주인공인 새집 미선이도 가상이지만 의인화된 건축물로 등장해 그동안 인간이 창조한 무생물로만 여겼던 건축물의 입장과 그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특히 초반과 후반에 실제로 각각 2012년, 2017년 철거된 조일양조장과 애경사의 사연을 떠올리게 하는 ‘조일이’와 ‘애경이’의 안타까운 이야기와 그림이 삽입되어 큰 울림을 준다. 독자들은 어느새 이야기 속에 빠져들어 오래된 건축물이 단순히 인간의 소유물이 아닌 시간의 흔적과 희로애락의 역사를 담은 소중한 문화유산임을 알고, 지켜야 하는 이유를 깨닫게 될 것이다.

 

오래된 것은 사라져야만 하는 걸까?

질문과 해답 모두를 책 속에 담다

이 책의 주인공인 새집 ‘미선이’는 세상과 인간에게 말을 거는 건축물로 등장해 새로움을 선사한다. 또한, 매정한 인간들과 달리 따뜻하고 순수한 마음을 지닌 아이 ‘재로’는 건축물을 단순히 무생물로만 바라보지 않고, 진심으로 아끼며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인물이다. 인간과 건축물의 우정, 얼핏 보면 그저 판타지로만 느껴질 수도 있는 이 이야기는 알고 보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그 자체를 담았기에 더욱 와 닿고, 반드시 알아야 할 모두의 해결 과제이기도 하다. 깊은 고민과 애정으로 『새집의 첫 번째 거미』를 쓴 양지윤 작가는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다음과 같이 전했다. “시간의 흔적과 인간의 추억이 깃든 건축물로서의 사명을 깨우쳐 가는 새집 ‘미선이’의 이야기와 철거된 실제 근대 건축물 배경을 통해 역사적 가치를 품은 문화적 자산의 존폐를 자본주의 논리로 결정짓는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자 한다.”

오래된 건축물 사이에 지어진 새집 ‘미선이’의 목표는 단지 철거되지 않고 살아남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작스러운 지진으로 살던 가족은 떠나 버리고 미선이는 귀신 붙은 집이라고 소문나 철거될 위기에 처하고 만다. 하지만 갈 곳 없는 거미 가족과 길고양이 그리고 자신의 가치를 알아주는 아이 ‘재로’를 만나면서 건축물로서의 사명을 깨닫기 시작하는데…….

2019 중소출판사 출판콘텐츠 창작 지원 선정작

이 도서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19년 출판콘텐츠 창작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국민체육진흥기금을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글쓴이 양지윤

지구에서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동물과 식물에 관심이 많습니다. 자연이 지닌 아름다움, 그리고 때로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그들의 품성을 글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나눌 방법을 늘 찾고 있습니다. 『아기 목마 트로이』와 『방주 소사이어티』를 썼습니다.

 

그린이 조은정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다수의 전시회와 해외 레지던시를 거친 순수화가입니다. 그린 책으로는 『엄마가 공룡이라고?』 외 3권, 『뱀이 하품할 때 지진이 난다고?』 외 3권, 『해는 희고 불은 붉단다』 등이 있습니다. www.brushf.com에서 더 많은 그림을 볼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