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꽃이 내 동생을 데려옵니다

  • 원제: Ben's Flying Flowers
  • 지은이: 잉거 마이어 지음, 마리아 보가데 그림
  • 옮긴이: 길상효

처음으로 나비를 보고는 벤은 하늘에 핀 꽃이라며 ‘하늘꽃’이라고 불렀어요. 자주 몸이 아픈 벤에게 누나 에밀리는 언제든 나비를, 아니 하늘꽃을 그려 주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벤은 세상을 떠나고 말아요. 슬픔을 감당할 수 없는 에밀리는 예쁜 그림 대신 시커먼 먹구름만 그렸어요. 비가 그친 어느 날 아침, 웅덩이에서 허우적대는 나비를 보고도 에밀리는 그냥 지나쳤어요. 그런 모습을 보는 것도 힘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다시 돌아가 나비를 건져 올린 에밀리는 날개가 다 마르기를 기다렸고, 마침내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오르는 모습에 함박웃음을 지었어요. 동생 벤이 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에밀리에게 엄마는 그런 일은 없다고 말해요. 하지만 벤을 떠올려 보라고 말해요. 에밀리에게는 나비를 쫓는 벤이 자꾸만 떠올라요. 이제 나비를 볼 때면 하늘꽃이라고 부르며 쫓아다니는 벤이 생각날 거예요. 하늘꽃이 벤을 데려오는 것처럼요.

 

이 책은 동생 벤을 잃은 일곱 살 에밀리가 가슴을 짓누르는 먹구름을 조금씩 밀어내고 웃음을 되찾는 이야기로 미국 심리학협회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임상심리학박사인 저자가 형제자매를 잃은 어린이를 이해하고 돕고자 하는 취지로 창작한 이야기이자 ‘죽음’, 특히나 ‘어린이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주는 책이기도 합니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죽음 정도만 접했거나 지인의 죽음을 전혀 접한 적이 없는 대분의 아이에게 동생의 죽음은 충격이기보다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다가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픈 동생 곁에서 그림을 그려 주며 많은 시간을 함께 하던 에밀리로서는 어느 날 눈앞에서 벤이 사라져 버린 일을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던 에밀리가 시커먼 색깔로 먹구름과 공장 같은 집들만 그리는 모습에서 상실감과 분노의 표출을 볼 수 있습니다. 동생과 함께 그렇게 좋아라 따라다니던 나비가 웅덩이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을 외면하는 모습 역시 상실감의 또 다른 표출입니다. 타인의 고통에 공감할 여력이 없을 만큼 에밀리는 지쳐 있습니다. 하지만 문득 집어 올린 나비가 마침내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오르는 순간, 에밀리는 함박웃음을 짓습니다. 동생을 잊어서도, 슬픔이 한순간에 사라져서도 아닙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극복을 위한 첫 걸음을 내딛었다는 것이지요. 이후 에밀리는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이웃 어른들과도 동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친구를 만나거나 장난감을 꺼내는 등 일상으로 한 발짝씩 돌아갑니다. 어째서 시간이 지날수록 가족들에게는 벤이 더욱 생생하게 떠오르는 걸까요. 그래서인지 에밀리는 문득 동생이 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엄마는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말해 주는데, 저자인 메이어 박사의 조언이 그대로 녹아 있는 부분입니다. 다시 돌아온다고 대답해 준다면 에밀리는 또 얼마나 애타게 기다리고 실망을 거듭할까요. 엄마는 그 대신 기억 속의 벤을 떠올려 보라고 말합니다. 나비를 쫓던 벤의 모습이 생생히 떠오르는 에밀리는 앞으로 나비를 볼 때면 언제든 동생이 떠오를 일에 마음이 설렙니다. 함께 했던 기억을 행복하게 떠올릴 수 있어서 이제 에밀리는 그렇게 슬프지만은 않습니다.

 

담담하고도 담백하게 그려낸 치유의 이야기

표지를 비롯해 여백을 듬뿍 살리고 있는 담백한 삽화들이 눈에 띈다. 채색이 생략된 사물과 배경 덕에 등장인물과 나비, 그리고 아이들이 그린 그림이 더욱 돋보이면서도 전체적인 이야기가 한층 가볍고 편안하게 느껴진다. 동생의 죽음이라는 조심스럽고도 무거운 소재를 담담히 표현하겠다는 화법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살면서 동생의 죽음을 겪는 아이들이 몇이나 있을까? 사실 이 이야기는 유사한 일을 겪는 당사자를 위한 지침이라기보다 예기치 않았던 크고 작은 좌절의 감당과 극복을 보여주고 있다. 일상을 되찾는 일이 가장 빠른 치유의 길임을 군더더기 없이 제시하는 동시에 주변 사람들의 따뜻한 손길이 촉매 역할을 한다는 것 또한 빠뜨리지 않고 있다. 감당할 만큼의 시련을 겪은 뒤 미소를 되찾는 일곱 살 누나를 보듬어 주고 싶어진다. 이제부터 나비를 볼 때마다 동생을 떠올리며 웃을 수 있게 된 에밀리가 더없이 예쁘고 사랑스럽다.

 

지은이 | 잉거 마이어

임상심리학박사로 다양한 매체를 통해 어린이 및 부모 상담치료를 전하고 있으며 그림책 저자로도 활동 중이다. 두려움이 많은 아기 양을 주인공으로 한 ‘퍼지는 무서워 큰소리가 무서워’, ‘퍼지는 무서워 엄마 어디 가지 마’, ‘리지는 무서워 못 해! 안 해! 싫어!’ 등을 썼다.

그린이 | 마리아 보가데

대학에서 시청각 미디어를 전공한 뒤 3D 애니메이션 화가로 일하며 ‘그루팔로’와 같은 작품의 제작에 참여했다. 쓰고 그린 첫 그림책 ‘오늘은 어디서 잘까?’를 펴낸 이후로, 전개가 확실한 스토리에 또렷한 색채를 입힘으로써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사랑받는 그림책들을 만들고 있다. 또한 축하카드나 초콜릿 포장 그림도 마다하지 않고 즐겁게 작업하고 있다.

옮긴이 | 길상효

엄마가 되어 아이와 함께 책을 읽고 글을 쓰던 일이 업이 되어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독서와 글쓰기 지도를 하고 있다. ‘아톰과 친구가 될래?’, ‘외계인이 찾아왔어!’, ‘작게 작게 잘라 봐’, ‘거꾸로 박쥐의 동굴 생활’ 등을 썼으며, ‘아웃 게임’, ‘엄마의 볼로네즈 소스는 참 쉽다’, ‘안아 드립니다’ 등을 번역했다.

 

<기획 의도>

아이에게 죽음을 어떻게 알릴 것인가

어린이에게 ‘죽음’을 어떻게 알려야 할까요. 더구나 삶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또 다른 어린이의 죽음을요. 그 작은 가슴에 차오르는 슬픔과 절망을 어찌 하면 좋을까요.

임상심리학박사이자 어린이들의 다양한 심리를 다룬 그림책의 저자이기도 한 잉거 마이어는 형제자매를 잃은 어린이의 슬픔은 부모의 그것과는 또 다른 큰 극복의 대상이라고 말합니다. 가정 내에서의 자기 자리가 흔들리고 우애를 나눌 대상을 상실함으로써 자존감마저 꺾인다는 것이죠.

박사는 아이에게 최대한 사실에 근거해 죽음을 설명할 것을 조언합니다. 잠을 자고 있다든가 시간이 지나면 돌아올 거라는 등 비유적인 표현을 통해 죽음을 알리면 아이는 당장의 충격은 적게 받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또 다른 불안에 시달리게 된다고 말합니다. 특히나 잠자리에 들면 말이죠.

또한 아이들의 슬픈 감정은 어른들과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고 말합니다. 작은 일에도 위축되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들뜰 수 있고, 퇴행을 보이거나 신경질을 부릴 수도 있으며, 신체적 통증을 호소하거나 수면장애를 겪을 수도 있습니다. 이는 모두 아이가 크나큰 상실에 대처하는 방법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본 부모는 아이가 슬픔이나 충격에서 벗어난 것으로 오해하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아이를 잃은 부모로서 남은 아이의 슬픔까지 보듬어 안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슬픔을 감추는 일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눈물을 흘리며 슬픔을 느끼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도록 합니다. 또한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과 대화를 늘이며 평소에 하던 일들을 함께 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에게 친구를 만나거나 즐거운 시간을 갖도록 해 주며 그것이 결코 세상을 떠난 형제자매를 잊는 일이 아님을 일깨워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형제자매와 함께 했던 시간을 기꺼이 회상할 수 있게 해 줍니다. 특히나 (병을 앓는 동안) 그 곁에서 자신이 얼마나 큰 힘이 되어 주었는지를 떠올리며 스스로에 대해 긍지를 갖도록 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는 자존감의 회복과 정신의 성장, 그리고 슬픔을 극복하는 길이 됩니다.

 

<서평>

다소 민감한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도서관에 반드시 꽂혀 있어야 할 책이다. 특히나 이런 주제로 아이에게 다가갈 때 부모가 먼저 읽고 또 아이와 함께 읽어야 할 책. –바바라, 2013. 4. 24.

동생을 잃은 슬픔을 더 이상 예쁜 그림은 그리지 않으려 하는 일곱 살 에밀리의 모습에 절묘하게 담아냈다. -앨리슨, 2013. 3. 26.

내 아이들 나이와 똑같아서인지, 몇 번이나 눈을 꼭 감고 탄식을 내뱉으며 가슴 저리게 읽었는지 모른다. 동생을 잃은 슬픔을 극복하는 이야기지만 그림책으로서의 즐거움도 갖춘 책이다. –바바라, 2013. 6. 18.

깊이있는 주제를 간결한 그림책에 담아낸 저자의 솜씨가 놀랍다. 상실의 정서를 어린 누나의 눈높이에서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켈시, 2012. 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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