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구아르는 눈으로 말해요 ( 언어 장애 친구 ) <장애 함께 알기 프로젝트 – 그래도 우리는 잘 자라요>

  • 원제: LES VICTOIRES DE GREGOIRE-Une histoire sur… la dysphasie
  • 지은이: 다니엘 노로 글, 스테판 조리슈 그림, 여혜경 감수
  • 옮긴이: 이정주

감기 한번 걸려 본 적 없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콧물도 나고, 기침도 나고, 거기에 열까지 나면 아무 것도 못하고 끙끙 앓아눕게 되지요. 그렇게 앓고 있는 친구나 동생에게 목말라 할 때 물 한 잔 가져다 주고

으슬으슬 추워 할 때 담요 한 장 덮어 주는 마음, 어디가 어떻게 불편한지 잘 살피고 귀 기울여 주는 마음. <장애 함께 알기 프로젝트>를 통해 그 마음을 배웠으면 합니다.

말을 정확하게 발음할 수 없거나 이해할 수 없게 되는 병증을 ‘언어 장애’ 라고 합니다. 언어 장애 아동은 지적 능력이 충분히 있고 언어 자극을 적절하게 받으며 지내어도 의사소통의 요령을 익히지 못하고 언어 단위를 잘 구사하지 못하며 복잡한 문장도 만들지 못합니다. 그러나 언어 장애 아동은 또래 평균 아동에 비해 언어 능력만 떨어질 뿐이지, 인지 능력은 비슷하게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제를 수행하기가 쉽지 않고, 보통 아이들처럼 활동에 참여하기 어려워 사회성 발달에 제약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부모나 교사는 아이가 의사소통에서 겪는 정신적인 고통과 좌절을 줄이기 위해 아이의 능력에 맞춰 과제나 활동을 제시해야 합니다

이 이야기는 언어 장애를 가진 그레구아르가 겪는 일상의 에피소드들을 잔잔하게 그려낸 동화입니다. 의사 소통에 불편함을 느끼는 주인공과 그 친구들이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여 결국엔 작으나마 공동 생활에 적응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건강한 아이들과 아픈 친구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 어떠한 설명보다도 따뜻한 이야기를 통하여 부드럽게 스며들기를 바래 봅니다

 

‘장애’에 대한 이해를 바라는 책이 아닙니다. 진짜 말하고 싶은 것은 ‘함께’입니다.

 

오감으로 느껴지는 모든 것이 신기한 영유아기에는 ‘나’가 세상의 중심이지요. 그 다음으로 느끼고 배워야 할 것은 세상과 나의 조화입니다.

하지만 마음으로 담아야 할 세상이 어른들의 욕심에 의해 머리에 채워 넣어지고, 아이들은 빠르게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분리시켜 버립니다. 세상의 일부인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고 익히고 정복해야 할 세상을 눈앞에 둔 채 아이들은 정답 외의 모든 것은 오답이라 배웁니다. 그리하여 자신과 다른 것은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배척합니다.

 

얕고 짧은 단편적 지식을 심어주는 책과 교육은 달콤합니다. 주기도 받기도 쉽기 때문이지요. 남보다 더 많이 알기 위해 짧고 명확한 정답만 익히느라 원인과 과정을 이해할 여유를 갖지 못합니다. 최근 발표된 0~2세 영아 교육 논의를 접하면서 더 일찍부터 마음을 닫고 머리를 열어야 하는 우리 아이들이 걱정됩니다. 그래서 ‘장애 함께 알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의미 없는 질문, “왜?”

 

몸이 불편한 친구, 생김새나 행동이 다른 친구를 보면서 쉽게 내뱉는 말. “누구누구는 왜 저래?” 이것이 과연 원인이나 배경을 알고 싶어 하는 질문일까요?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알고 싶지도 않고 상대하고 싶지도 않다는 뜻이 됩니다. ‘왜?’라는 질문은 나와 다르다는 단언인 동시에 이해하고 싶지 않다는 선언으로 변질되어 버렸습니다. “왜 저래?” 대신 아이들의 입에서 나와야 할 말은 “누구누구는 그렇구나.”입니다. 건강한 친구와 아픈 친구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어울려 살아가는 것. 이것이 <장애 함께 알기 프로젝트>가 진정 바라는 바입니다.

 

처음으로 유치원에 가는 날, 그레구아르는 무척 설렙니다.

그런데 선생님과 친구들은 언어 장애를 갖고 있는 그레구아르가

하는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겠어요.

그러나 그레구아르가 그림을 그릴 땐 용과 너구리를

화려한 색깔로 표현할 만큼 상상력이 풍부하고,

뭐든지 열심히 하지요.

그레구아르는 언어 치료사와 반 친구들의 도움으로

단어를 정확하게 발음하고,

자신의 생각을 말로 전하는 법을 배워 나갑니다.

그림과 태권도에 재능을 발휘하며 성격도 밝아집니다.

그렇게 그레구아르는 점점 더 빠르게 하나씩 이루어 나갑니다

 

글|다니엘 노로

캐나다 퀘벡에서 태어났습니다. 유치원과 학교, 병원에서 30년 넘게 언어 치료사로 일해 오고 있습니다. 매일같이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만나면서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지은 책으로 《아드리안느는 목이 메어요》, 《그레구아르의 승리》, 《바부 시리즈》가 있습니다.

그림|스테판 조리슈

벨기에 브뤼셀에서 태어났고, 1년 뒤 캐나다 퀘벡으로 이주했습니다. 신문에 시사만화를 기고하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일찍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콩코르디아 대학에서 그래픽 아트를, 몬트리올 대학에서 산업 디자인을 공부했습니다. 1990년대 초반부터 어린이 책에 삽화를 그리기 시작했고, 《달콤한 입맞춤》으로 캐나다 총독상을 받았습니다. 상상하기를 좋아하고, 주로 일상이나 교통 체증으로 거북이걸음을 하는 차 안에서 영감을 얻습니다. 현재 아내와 세 자녀와 함께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린 책으로 《호두까기 인형》, 《레오와 잃어버린 섬》, 《샤를로트와 운명의 섬》이 있습니다

옮김|이정주

서울여자대학교와 같은 대학원에서 불어불문학을 공부 했습니다. 지금은 방송과 출판 분야에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면서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는 외국 책을 찾아 소개하고 있습니다. 옮긴 책으로는 <아빠는 냄새나지 않아>, <아빠는 울지 않아>, <어린이 요가>, <어린이 마사지>, <어린이 명상>, <나완벽과 나투덜>,<이브생 로랑 스타일>이 있습니다.

감수|여혜경

이화여자대학원에서 심리학을 전공했습니다. 어려운 시기를 지나가는 아이들의 징검다리가 되어주고 싶어 놀이 치료사를 시작 했고, 현재 강서아동발달센터에 근무하고 계십니다.

 

감수자의 말:

이 이야기는 언어 장애를 가진 그레구아르가 작은 승리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아름답게 그리고 있습니다.

먼저 그레구아르의 잠재력에 주목해 보면, 그레구아르는 언어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데 장애가 있지만 정보를 시각화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납니다. 또한 위축되지 않고, 자신이 생각하고 느낀 것을 적극적으로 표현합니다. 발달적 관점에서 보면 그레구아르는 주도성이 잘 발달된 아이입니다. 또한 상황을 파악하는 눈치도 있어, 타인의 말이나 상황을 이해할 수 없을 때는 또래의 행동을 따라하는 전략을 구사합니다.

이처럼 이 이야기에서는 그레구아르의 다양한 능력을 조명하면서 그레구아르가 유치원 생활을 적응해 나가는 과정을 잘 보여 주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하게 부각된 점은 그레구아르 주변 사람들의 도움과 배려입니다. 그레구아르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유치원 선생님, 그레구아르의 말을 잘 알아들을 수 있는 친구 루이, 그리고 언어 치료사의 도움으로 그레구아르는 유치원 생활에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이 부분에서 우리나라의 유치원 현실을 돌아보게 됩니다. 만약 우리나라였다면 그레구아르가 일반 유치원에서 어느 정도의 배려와 도움을 받을 수 있었을까요? 현실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습니다. 발달적 취약성을 가진 아동에 대한 교사들의 배려를 크게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아동과 부모는 교사의 부정적 피드백을 힘겹게 이겨 나가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습니다. 아동은 일차적으로는 발달적 취약성으로 인해 적응이 어렵고, 더불어 교사나 또래로부터의 심리적 상처까지 떠안게 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만약 통합 유치원을 다닌다면 특수 교사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그레구아르의 경우처럼 언어 치료사의 적극적 개입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교육과 치료의 장(場)이 연계되는 구조적인 체계가 갖추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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