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너와 헤어지려 해

  • 지은이: 김선희

찬 건 난데, 왜 차인 기분이 들지?

사계절문학상ㆍ살림YA문학상 수상 작가 김선희 신작

『1의 들러리』로 많은 청소년 독자의 마음을 두드린 김선희 작가가 이번에는 이별 이야기로 돌아왔다. 『오늘 너와 헤어지려 해』는 하나부터 열까지 맞지 않던 예진과 일규가 5년간의 연애 끝에, 마침표를 찍는 과정을 그린다. 상처받지 않으려 먼저 이별을 선언했지만, 찬 사람에게도 질척일 시간이 필요한 법. 예진의 마음은 생각만큼 쉽게 정리되지 않고, 일상 곳곳에서 일규가 자꾸 떠오른다.

“이별은 사랑의 실패가 아닌 완성”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이 작품은 이별 뒤에 찾아오는 슬픔을 피하기보다 정면으로 마주하는 과정을 보여 준다. 잘 사랑하는 법만큼이나 잘 헤어지는 법도 배워야 한다는 것을, 첫 이별을 통과하는 모든 청소년에게 따뜻하게 건네는 작품이다.

먼저 이별을 선언했다고 해서,

정말 상처받지 않을 수 있을까

청소년 로맨스 시리즈 ‘달콤한 숲’의 다섯 번째 책 『오늘 너와 헤어지려 해』는 오랜 연애 끝에 찾아온 이별의 순간을 마주한 십 대들의 이야기다. 여름을 좋아하는 일규와 겨울을 좋아하는 예진, 맵찔이인 일규와 맵고 짠 음식을 좋아하는 예진. 하나부터 열까지 맞는 게 없던 둘이었지만 어느새 5년이 흘렀다. 예진은 이전부터 일규와 헤어지겠다고 수없이 다짐해 왔고, 마침내 이별을 선언한다. 더 이상 설레지 않고 지겨워졌다는 자신의 진짜 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마주한 이별 후 세상은 하루아침에 무채색으로 변해 버린다. 싸운 날조차 늘 교문 앞에서 기다리던 일규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자, 예진은 어쩌면 처음부터 일규라는 아이는 존재하지 않았던 게 아닐까 하는 기괴한 생각마저 든다. 이별을 먼저 말하면 덜 아플 거라 믿었지만 일상 곳곳에 남은 추억을 마주할 때마다 밀려오는 미련과 슬픔은 예진의 몫이었다.

아픔에 무뎌지는 대신,

찾아온 고통을 온전히 마주하는 법

흔히 시간이 약이라고 말하지만, 예진은 슬픔이 희미해지기를 기다리지 않는다. 무뎌지기보다 지금 느끼는 고통을 피하지 않고 온전히 겪어 내려 한다. 그것이 고통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믿기 때문이다.

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견뎌 내던 예진은 유기 동물 보호센터 ‘따숨’에서 버려진 동물들을 돌보는 덕례 씨를 만나며 마음을 정리할 힌트를 얻는다. 하나의 세계가 무너져야 새로운 힘이 자라난다는 말처럼, 예진은 일규로 가득했던 자신의 일상을 서서히 정리하기 시작한다.

일기장을 한 장씩 찢어 내듯 미련을 비우자, 슬픔 뒤로 시원함과 아쉬움 그리고 허무함이 차례로 찾아온다. 이별은 상대를 잊으려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과 함께했던 나를 인정하고 보내 주는 일이었다.

“진심? 그건 어떻게 확인하는 건데?”

“상대를 믿어야지.”

1802일 동안 예진이 일규에게 가장 주지 못했던 것은 믿음이었다. 일규는 누구에게나 다정한 사람이었지만, 예진은 오직 자신에게만 특별한 사람이길 원했다. 특별하게 사랑받고 있는 게 맞는지 늘 의심했고, 상처받지 않으려고 일부러 거리를 뒀다. 예진은 헤어지고 나서야 깨닫는다. 일규를 온전히 믿지 못하고 스스로 벽을 쳤던 것이 두 사람을 멀어지게 만든 진짜 이유였음을. 이별 후 다시 만난 두 사람은 그동안 미처 하지 못했던 솔직한 대화를 나누며 비로소 해묵은 오해를 풀어낸다.

예진이 벽을 쌓았던 대상은 일규뿐만이 아니었다. 늘 곁에 있던 절친 해리의 아픔도 깊이 들여다보려 하지 않았다. 해리는 이별의 상처가 두려워 진짜 사람 대신 결말이 정해진 웹툰 캐릭터를 짝사랑하는 친구였다. 해리의 사정을 뒤늦게 알아 가며 예진은 나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을 이해하고 신뢰하는 법을 배운다. 일규와의 이별은 예진에게 단순한 헤어짐을 넘어, 가장 가까운 친구의 진짜 모습을 발견하는 새로운 시작이 된다.

헤어짐으로 비로소 완성되는 사랑

김선희 작가는 이별을 사랑의 실패가 아닌 완성으로 그려 낸다. 초등학교 5학년 여름에 시작해 고등학교 1학년 늦가을에 끝나기까지, 예진은 일규와 함께한 5년의 시간을 돌이켜보며 자신이 한층 성숙해졌음을 깨닫는다. 예진은 다음에는 상처받지 않으려 혼자 오해하는 대신 상대의 마음도 헤아리겠다고 다짐한다. 이별의 아픔을 피하지 않고 온전히 겪어 내며 다음 관계를 준비하는 예진의 모습은 첫 이별을 겪으며 아파하는 청소년 독자들에게 위로를 건넨다.

지금 누군가와 헤어지는 중이거나, 긴 이별의 터널을 지나는 분들에게 이 글이 가닿기를 바랍니다. _작가의 말

‘달콤한 숲’은 청소년의 시선과 언어로 그려 낸 로맨스 소설 시리즈다. 사랑하기도, 상처받기도 좋은 십 대 시절. 설렘과 불안, 질투와 이해를 오가며 로맨스를 통해 조금씩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때로는 달콤하고 가끔은 씁쓸한 사랑을 맛보며 더 다채로운 ‘나’를 발견해 갈 청소년들을 응원한다.

열일곱 예진은 사귄 지 1802일이 되는 날, 남자 친구인 일규에게 이별을 고한다. 먼저 헤어지자고 말하면 덜 아플 거라 믿었지만, 이별에도 질척일 시간이 필요한 법이었다. 유기 동물 보호센터에서 상처받은 동물들을 돌보고, 웹툰 속 캐릭터를 짝사랑하는 절친 해리를 곁에서 지켜보며 예진은 조금씩 알아 간다. 잘 헤어지는 것도 배워야 잘할 수 있다는 것을. 과연 예진은 1802일을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을까?

헤어지러 가는 날

세월은 약이 아니다

마음도 미니멀이 될까?

해리가 또 기절했다

명상하면 명상이 되나?

버림받은 기분

짝사랑 상대

헤어지고 나서야 보이는 것들

사랑을 부르는 쿠키

작가의 말

김선희

동화와 청소년 소설을 쓰고 있다. 지금까지 쓴 책으로는 동화 『흐린 후 차차 갬』, 『여우비』, 『귓속말 금지 구역』 등이 있고 청소년 소설 『더 빨강』, 『열여덟 소울』, 『1의 들러리』 등이 있다.

일규와 헤어지겠다고 결심하면서 수많은 이유를 생각해 냈지만 결국 단 하나라는 걸 깨달았다. 널 더 이상 좋아하지 않아. 설레지도 않고 오히려 지겨워. (20~21쪽)

오늘의 나는 어제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됐다. 어제까지는 남친이 있었지만 오늘은 없다. 어제까지는 세상이 화려한 유채색이었다면 오늘은 무채색. 어제까지는 외로움이 뭔지 몰랐지만 오늘부터는 외로운 게 뭔지 알게 됐다. (33쪽)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아픔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그 감정에 무뎌질 뿐이다. 나는 무뎌지는 게 싫다. 지금의 고통이 100이라면 늘 100인 상태로 있어야 한다. 그것이 고통에 대한 예의다. (42쪽)

좋은 사람이라는 건 나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내가 원하는 건, 나에게도 좋은 사람이 아니라 나에게만 좋은 사람이었으면 하는 거였다. (84쪽)

일규와 사귈 때부터 헤어짐을 생각했다. 헤어질 때는 내가 먼저 일규에게 이별 선언을 하겠다고, 그래야 내가 상처를 덜 받을 거라고. 그 결심대로 내가 먼저 이별 선언을 했다. 상처받는 게 싫고 두려워서, 마음의 방호벽을 미리 쌓아 가고 있던 거였다. (87쪽)

일규에게 먼저 헤어지자고 한 건 난데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버림받은 기분이 든다. (104쪽)

“수지의 내면에는 지금 하나의 세계가 무너지는 중이야. 그 세계가 완전히 허물어져야만 비로소 새로운 힘이 돋아나거든. 그때는 우리에게 꼬리를 흔들어 줄 거야. 그러니 천천히 기다려 주자.” (106쪽)

“헤어지기 전엔 늘 그렇잖아. 불만이 쌓이고 쌓여서 내 진심이 보이지 않게 되는, 뭐 그런 상태? 근데 불만이 쌓였다고 해서 내가 널 좋아하지 않았던 건 아니었더라. 그걸 이제야 알았어. 그것만은 네가 알아줬으면 하고.” (1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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