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천천히 알아 가면서 썸탈 시간이 어디 있어.”
연애 예보는 맑음, 진짜 감정은 호우주의보?
연애 성공 확률을 예측해 주는 청소년 전용 앱이 등장했다! 씨드북이 새로 선보이는 청소년 로맨스 시리즈, ‘달콤한 숲’의 첫 번째 책 『오늘의 연애 예보가 도착했습니다』 속 이야기다. 전작 『빅토피아』에서 메타버스 ‘빅토피아’를 통해 청소년의 ‘몸’에 대한 문제의식을 유쾌하게 그려 냈던 김경은이, 이번에는 ‘연애 예보’ 앱을 소재 삼아 청소년의 ‘감정’을 들여다본다.
연두 중학교에서 대유행 중인 커플 매칭 앱 ‘연애 예보’는 매일 단 한 명, 가장 잘 맞는 연애 상대를 AI가 추천해 준다. 운영자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은근히 과금을 유도하는 수상한 앱이지만 연두중 학생들은 점점 연애 예보 앱 없이는 고백도 썸도 시작하기가 어려워진다. 하지만 수치로 측정된 감정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흐르고, 아이들은 어느새 통제 불가능한 감정의 한가운데에 서 있게 된다. 그 속에서 각기 다른 사연을 지닌 네 커플이 연애 예보 속 확률을 따르거나 거스르며 자신들만의 ‘감정 탐방기’를 써 내려간다. 가끔은 지질하고 엉망진창이지만, 그래서 더 솔직하고 찬란한 10대들의 성장담을 따라가 보자.
사랑이란 시행착오를 겪는 일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우리 생활에서 익숙한 개념이 되면서 감정과 관계도 분석하고 예측하려는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오늘의 연애 예보가 도착했습니다』에 등장하는 ‘연애 예보’ 앱도 그 일종이다. 앱은 AI로 개인 정보와 취향을 분석해 매일 가장 적합한 연애 상대를 추천한다. 그렇게 시행착오를 줄여 사랑에 마음을 다칠 일도, 상처받을 일도 없게 만들겠다는 것이 이 앱의 모토다. 이루어질 수 없는 상대를 좋아하게 될까 봐 겁나고, 고백할 타이밍을 몰라 망설이는 청소년들에게 ‘연애 예보’는 아주 안전하고 효율적인 선택처럼 보인다.
하지만 관계란 것은 예측 불가능한 순간에 시작되어 실수하고, 오해하고, 후회하면서 단단해진다. 데이터와 확률은 시행착오를 줄여 줄 수 있지만 진짜 감정을 마주하고 불확실성을 맞닥뜨릴 용기를 앗아 가기도 한다. 결국 이 이야기의 도착지는 명확하다. 사랑은 정답을 찾는 문제가 아니라, 선택하고, 감당하고, 변해 가는 과정이다. 청소년들은 이 책을 통해 사랑이 ‘무엇인지’를 배우는 게 아니라 ‘무엇이 아님’을 깨닫고, 왜 여전히 불확실한 것으로 남아야 하는지를 체감하게 될 것이다.
사랑도 예측할 수 있다는 믿음, 그 믿음을 뒤흔드는 엉망진창 감정들
『오늘의 연애 예보가 도착했습니다』는 연애에 정답이 있다고 믿던 아이들이 정답보다 중요한 감정의 흐름을 발견해 가는 이야기다. 예측된 확률을 제공하는 연애 예보 앱의 결과에도 불구하고 네 커플은 각기 다른 불안과 망설임, 용기를 안고 각자의 방식으로 마음을 움직이고 엇갈린다. 네 커플이 그리는 서로 다른 이야기는 감정이라는 미지의 날씨를 예측해 보려는 청소년들의 연애 탐험기이자, 통제되지 않는 감정 속에서 자신들의 방향을 찾는 성장담이다.
―“마음을 예측할 수 있다면, 덜 상처받지 않을까?”, 민조x현호
언젠가 있을 관계의 끝이 두려워 미리 도망쳐 버린 민조와, 헤어진 연인 민조를 잊지 못하는 현호. 둘 사이에는 ‘매칭률 0%’라는 예측이 놓인다. 언제나 한 걸음 물러서 마음을 예측하려 했던 민조는, 예측과 상관없이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현호를 보며 자신 또한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기로 한다.
―“언제든 내가 다른 사람으로 대체될 것 같아.”, 아빈x보라
보라가 재미로 본 예보 결과에 아빈은 왠지 모르게 불안해진다. 자기가 결코 될 수 없는 존재인 현호에게 보라를 빼앗길 것만 같다. 그 불안을 말로 표현하지 못한 아빈은 결국 보라의 감정을 혼자 단정 짓고 보라에게 상처를 준다. 그 후 문제의 원인을 탐색하던 아빈은 자신에게 믿음과 소통보다 추측과 분석이 앞섰음을 발견한다.
―“이 앱이 얼굴 보는 건 당연한 거라고.”, 지이x가람
자존감 낮은 지이는 자신이 짝사랑 중인 가람과 같은 반 ‘인싸’ 설민이 매칭되자 마음이 크게 요동친다. 예측대로라면 주인공 역할인 두 사람 사이에서 지이는 자신을 조연으로 느끼지만, 거기에서 오는 부정적 감정을 놓치지 않고 마주한다. 그리고 그 끝에서, 가람과 설민 모두에게 의외의 진심을 전해 받는다.
―“꺼림칙했다. 왜 이런 애를 추천해 준 걸까?”, 설민x도겸
예측 가능한 게 편한 설민에게, 앱 운영자조차 오류라고 했던 도겸과의 매칭은 낯설고 이상하다. 그리고 다음 날, 설민은 다른 아이와 무려 99퍼센트로 매칭된다. 매칭 상대와 직접 만나 보지만 어딘가 삐그덕대고, 자꾸만 낯섦 속으로 시선이 이끌린다. 우연을 의심하던 설민은 그렇게 처음으로 예외에 마음을 내준다.
‘달콤한 숲’은 청소년의 시선과 언어로 그려 낸 로맨스 소설 시리즈다. 사랑하기도, 상처받기도 좋은 십 대 시절. 설렘과 불안, 질투와 이해를 오가며 로맨스를 통해 조금씩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때로는 달콤하고 가끔은 씁쓸한 사랑을 맛보며 더 다채로운 ‘나’를 발견해 갈 청소년들을 응원한다.
연두 중학교에서 대유행 중인 커플 매칭 앱 ‘연애 예보’는 매일 단 한 명, 가장 잘 맞는 연애 상대를 AI가 추천해 준다. 연두중 학생들은 점점 연애 예보 앱 없이는 고백도 썸도 시작하기가 어려워진다. 하지만 수치로 측정된 감정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흐르고, 아이들은 어느새 통제 불가능한 감정의 한가운데에 서 있게 된다.
김경은
단편 청소년 소설 「수능 D-3」으로 제6회 어린이와문학상 산문 부문을 수상했다. 『빅토피아』, 『숙주인간 천승주』를 썼고, 청소년 소설 앤솔러지 『요괴 호러 픽션 쇼』에 「요괴 사냥꾼 신돈복」으로 참여했다.
12쪽_복도에서도, 급식 줄에서도, 심지어 화장실 거울 앞에서도 다들 폰만 들여다봤다. 누가 누구를 좋아한다는 말보다 매칭률이 몇 퍼센트 나왔는지가 더 큰 관심사가 됐다. 운영자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앱 없이 고백은커녕 썸도 시작 못 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44~45쪽_처음에는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다. 보라의 앱에 남자애가 추천된 건, 이성애 기반의 앱이니까 당연한 거라고. 솔직히 학교든 학부모든 이 어설픈 연애 조장 앱을 내버려둔 것도 그냥 애들 장난으로만 보기 때문일 거였다.
66쪽_다들 이미 알고 있었던 거다. 이 앱이 얼굴 보는 건 당연한 거라고. 그럼 나는? 나 같은 애는 애초에 기대를 하지 말라는 거지. 나는 90퍼센트 이상의 매칭률이 뜬 적도 없을뿐더러, 누군가에게 ‘좋아요’를 받아 본 적도 없다.
94쪽_솔직히 도겸과의 매칭률이 15퍼센트라는 건 하나도 안 이상했다. 오히려 그럴 줄 알았다. 내 감도, 앱도 꽤 그럴듯하다 싶기도 했고. 그런데도 뭔가 꺼림칙했다. 왜 이런 애를 추천해 준 걸까?
134쪽_처음의 계획과는 많은 게 달라졌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사람은 쉽게 변하고, 감정은 순식간에 식어 버린다는 것. 그래서 나는 쉽게 변하지 않을 무언가를 이 앱의 핵심으로 삼기로 했다. 그건 다름 아닌 ‘두려움’이었다. 누군가에게 사랑받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