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꽃밭 무명이

  • 지은이: 신여랑 글, 클로이 그림

세상에서 지워지기를 거부하는 아이,

제 이름을 찾아 모험을 떠나다

씨드북 고학년 어린이 문학 신간. 10여 년 전 출간된 『믿을 수 없는 이야기, 제주 4·3은 왜?』는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쉽게 제주 4·3 사건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운 책이다. 이 책의 기획자이자 공동 저자였던 신여랑 작가가 이번에는 어린이 문학 『서천꽃밭 무명이』로 돌아왔다. 신여랑 작가는 너븐숭이 4·3기념관에서 애기무덤을 마주한 순간, ‘무명이’라는 주인공을 떠올렸다. 『서천꽃밭 무명이』는 그동안 어린이·청소년 문학에서 이 사건을 다루던 방식과는 다른 접근을 시도한다. 제주 4·3의 아픔을 있는 그대로 전하는 데서 나아가, 판타지라는 이야기로 확장해 어린이 독자들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인다. 주인공 무명이는 희생자이지만 슬픔에 머무르지 않는 당돌한 인물이다. 이름을 찾기 위해 여정을 떠나는 무명이의 이야기는, 어린이 희생자들을 또 다른 방식으로 기억하고자 하는 작가의 마음을 담고 있다. 제주에 살며 이 아픔을 함께 마주해 온 클로이 작가는 감성적인 그림으로 무명이의 세계에 숨을 불어넣었다. 『서천꽃밭 무명이』는 무명이의 여정을 통해 독자와 함께 제주 4·3을 기억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고자 한다.

세상에서 지워지기를 거부하는 아이,

제 이름을 찾아 모험을 떠나다

저승 어딘가에 있는 신비한 장소 서천꽃밭. 이곳에는 이름이 없어 ‘무명이’라고 불리는 소녀가 있습니다. 이름이 없다는 아픔은 그 누구도 쉽게 헤아려 주지 못합니다. 그래서 모두가 함께 웃고 떠드는 순간에도, 무명이는 늘 홀로 남겨진 듯한 외로움을 느낍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무명이는 차사들의 대화를 엿듣게 됩니다. 자신을 알고 있는 ‘큰년이’가 아직 이승에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입니다. 무명이는 자신의 이름을 찾기 위해, ‘큰년이’를 만나러 이승으로 향합니다. 하지만 이승에서의 여정은 생각처럼 쉽지 않습니다. 귀신인 무명이는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아 도움을 청할 길조차 막막합니다. 유일하게 자신을 볼 수 있는 인간 여리를 만나지만 여리 역시 낯선 동네를 잘 알지 못합니다. 게다가 무명이가 사라진 사실을 알게 된 서천꽃밭의 차사까지 뒤쫓아 오기 시작합니다. 과연 무명이는 자신의 이름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서천꽃밭 무명이』는 이름을 잃은 존재의 이야기를 통해 역사 속에서 지워진 이들을 기억하게 하는 판타지 어린이 문학입니다.

아름다운 풍경 곁에 자리한 제주4·3의 기억,

그리고 그 위에 피어난 이야기

고운 모래밭과 푸른 바다로 유명한 함덕해수욕장은 제주도를 대표하는 관광지 중 하나입니다. 맑은 물과 얕은 수심 덕분에 가족 단위 여행객이 많이 찾고, 주변에는 개성 있는 카페들도 자리해 늘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집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아름다운 휴가지의 모습입니다.

하지만 알고 계신가요? 이 아름다운 풍경 가까이에 가슴 아픈 역사를 간직한 장소가 있다는 사실을요. 함덕해수욕장에서 조금만 이동하면 너븐숭이 4·3기념관이 있습니다. 이곳에는 작은 돌무덤들이 놓여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애기무덤’입니다. 이는 제주 4·3 사건 당시 희생된 어린이들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무덤입니다. 묘비에는 이름 대신 ‘○○의 딸’, ‘○○의 아들’처럼 기록된 경우도 많습니다. 그만큼 어린 생명들이 자신의 이름조차 온전히 남기지 못한 채 사라졌음을 보여 줍니다. 『서천꽃밭 무명이』는 바로 이 가슴 아픈 공간에서 출발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신여랑 작가는 이 이야기를 슬픔에만 머무르게 하지 않았습니다. 어린이 희생자들이 미처 펼쳐 보지 못한 삶과 모험을, 주인공 무명이를 통해 대신 이어가게 합니다. 제주에 살며 그 아픔을 가까이에서 마주해 온 클로이 작가는 생생한 색감으로 무명이의 세계에 숨을 불어넣었습니다. 『서천꽃밭 무명이』는 비극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흥미로운 모험 이야기로 제주 4·3의 희생자들을 조용히 위로합니다.

아직도 이름 붙이지 못한 제주4·3,

그 기억에 다가가는 한 어린이의 여정

제주4·3은 1948년 4월 3일부터 약 7년 동안 당시 제주도민의 약 10%가 희생된 끔찍한 사건입니다. 이 비극적인 사건이 세상에 드러난 지는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50여 년이 지난 2003년에서야 대한민국 정부가 ‘국가 공권력에 의한 대규모 민간인 희생’을 처음 인정했습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더 지났지만 제주4‧3은 아직도 온전히 이름을 붙이지 못한 채 ‘제주4·3’으로만 불리고 있습니다. 이 가슴 아픈 사건은 계속해서 이야기돼야 합니다. 하지만 제주4·3의 기록에는 차마 다 담기 힘든 슬픈 이야기가 많습니다. 이 아픈 역사를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어떻게 들려주어야 할지 깊은 고민이 필요했습니다. 『서천꽃밭 무명이』는 제주4‧3의 참혹함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는 대신 한 어린이의 이야기를 따라가게 했습니다. 운명을 거부하고, 자기 이름을 찾아 떠난 무명이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어느새 무명이에게 마음이 닿게 될 겁니다. 때로는 웃고, 때로는 긴장하며 책장을 넘기다 보면, 끝내 무명이의 아픔을 내 일처럼 느끼게 됩니다. 그 경험은 제주4‧3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로 확장됩니다. 우리가 제주4·3 희생자와 그 가족들의 고통을 없애 줄 수는 없습니다. 다만 잊지 않을 수는 있습니다. 『서천꽃밭 무명이』는 누군가의 아픔 곁에 서서 함께 비를 맞는 이야기입니다.

저승의 신비한 공간 서천꽃밭에서 ‘무명이’라 불리며 살아가던 소녀는, 이름이 없다는 이유로 늘 외로움을 느낍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을 알고 있는 ‘큰년이’가 이승에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름을 찾기 위해 이승으로 향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존재인 무명이는 도움을 구하기 어렵고, 유일하게 자신을 볼 수 있는 아이 여리를 만나지만 여정은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서천꽃밭의 차사들까지 뒤쫓아 오며 위기가 더해집니다. 무명이는 과연 자신의 이름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프롤로그

귀신은 아무한테나 보이지 않는다

계획에 없던 일은 늘 생겨

차사님은 가운뎃길로

큰년이는 많아

제일 나쁜 무명이

차사님의 희디흰 얼굴에 미소가

밤의 기운은 공평하게

망녕그물이 달그락거리고 꽃잠재울꽃이 필 때

하늘의 법도

큰년이와 족은년이

그걸랑 그리하자

에필로그

작가의 말

글쓴이 신여랑

지금은 전주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동안 펴낸 책으로, 『몽구스 크루』 『이토록 뜨거운 파랑』 『자전거 말고 바이크』 『범수 가라사대』 『믿을 수 없는 이야기, 제주 4·3은왜?』(공저) 『대한 독립 만세』(공저) 『아빠 딸은 어려워』 등이 있습니다.

그린이 클로이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들의 그림이 되고 싶습니다.

violetno@naver.com

@illust_cloi

이름 없는 죽임을 당하여 서천꽃밭에 가서도 동자꽃을 피울 수 없는 아이 무명이. 정체성을 드러내면 생명이 위태로워 이름을 숨겨야만 했던 억울한 사람들에게는, 그 죽음조차 이름이 없습니다. 서천꽃밭에 가서도 이름이 없는 무명이는 혼돈의 역사 속에서 이유도 모른 채 죽어간 수많은 희생자의 죽음을 대표합니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피지 않는 무명이의 서천꽃밭 동자꽃은 죽어간 희생자들의 풀리지 않는 한과도 같습니다.

저승의 법을 어기면서 이름을 찾으러 이승으로 탈출한 무명이는, 그곳에서 한 아이를 만나게 됩니다. 친구의 이해와 사랑으로 무명이의 억울함은 풀리고, 그의 동자꽃은 싹을 틔웁니다. 저승까지 이어진 부당함은 우정으로 가슴을 열고, 친구의 따뜻한 마음이 머무는 자리에서 비로소 꽃을 피워 냅니다.

이 책은 무명이를 통해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비극적으로 지워져 간 이들의 이름, 즉 그 존재를 부정당한 사람들의 소리 없는 절규에 빛과 형태, 의미를 입혔습니다. 제주 4·3 사건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지만, 제주 설화를 배경으로 삼아 죽음의 원인을 자연스럽게 드러냅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이승의 사람들에게, 잃어버린 이름을 찾아 그 죽음의 정당한 자리를 되돌려주어야 할 책임이 있음을 암암리에 일깨웁니다. 동화 형식을 취하면서도 우리 역사 속 비극인 제주 4·3의 상처와 아픔을 깊은 울림으로 전달하므로, 이 책을 추천합니다.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 임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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