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더 가야 해요?

  • 원제: ENTRE TOI ET MOI
  • 지은이: 조피아 옐로비츠카 비안히니
  • 옮긴이: 권지현

난생처음 떠난 긴 여행,

아이가 스스로 찾아낸 ‘멀다’라는 말과 여행의 의미

해가 뜨기도 전, 가족들은 그리운 할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긴 자동차 여행을 떠납니다. 먼 길을 떠나는 것이 처음인 아이는 익숙한 마을을 지나 낯선 풍경을 만나며 문득 ‘멀다는 건 뭘까?’ 하고 궁금해합니다. 곧 아이는 자신만의 특별한 방법으로 이 여행길 위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담으며 멀다는 것과 여행의 의미를 깨달아요. 숫자로는 나타낼 수 없는 아이만의 거리 재기, 어쩌면 사랑하는 이와의 거리를 말하는 진짜 방법이 아닐까요?

“얼마나 더 가야 해요?”

긴 여행길에 누구나 외쳐 봤을 물음

여행을 결심한 순간은 언제나 설렙니다. 처음 가 보는 곳 등 아직 경험하지 못한 무언가를 향해 간다는 기대감 때문이지요. 그런데 막상 여행길에 오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생각보다 갈 길은 멀고, 예상 못 했던 일들이 끊임없이 튀어나오거든요.

특히 아이들과 함께하는 여행이라면 더욱 그렇지요. 아이들이 가장 견디기 어려운 것은 아무래도 지루함일 거예요. 몇 킬로미터, 몇 시간 남았다고 말해 주어도 어려운 숫자와 거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에게 그 말은 아무 의미가 없어요.

하지만 돌이켜 보면 여행에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건 매끄럽게 흘러간 순간이 아닙니다. 오히려 기대와 달랐던 순간들, 예기치 못했던 만남과 풍경이 우리 안에 가장 깊이 새겨지곤 하지요. ‘멀다는 건 뭘까?’라며 궁금해하던, 이 그림책 속 아이 역시 자기만의 방식으로 그 긴 여행길의 의미를 새기게 됩니다.

기대보다 멀고 생각보다 지루한 우리의 여행, 그럼에도 떠나는 이유

우리는 왜 여행을 떠날까요? 편안한 집과 익숙한 일상을 뒤로하고, 낯설고 무엇이 펼쳐질지 알 수 없는 길 위에 왜 서게 되는 걸까요. 아마도 일상에서 잊고 있던 것들을 되찾기 위해서일지도 모릅니다. 처음 마주하는 광활한 자연 앞에서 느끼는 경이로움, 기대하지 않았던 일을 맞닥뜨렸을 때의 깨달음, 그리고 이 모든 경험을 나누며 깊어지는 가족, 친구들과의 관계 같은 것들을 되찾기 위해서요.

또 낯선 풍경 속 비로소 보이기 시작하는 것들을 새롭게 발견하기 위해서일지도 몰라요. 평소에는 그냥 스쳤을 것들이 여행길 위에선 유독 선명히 보이지요. 이 책 속 아이에게도 여행은 바로 그런 것이었어요. 사랑하는 할아버지에게 가는 길 위의 낯선 모든 것들을 온몸으로 느끼고 빠짐없이 기억해 두는 것. 어른들에겐 그저 지나치는 풍경이, 아이에게는 할아버지에게 가는 길을 알리는 이정표이자 우리 사이를 채우는 소중한 존재니까요.

우리 사이를 가로막은 것들은 사실 우리를 이어 주고 있어요

아이는 드디어 할아버지 집에 도착합니다. 그 긴 여정이 가능했던 건, 그 끝에 할아버지가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그리운 마음에 먼 길을 마다하지 않았고, 그 길 위에서 겪은 모든 것들은 고스란히 할아버지를 향한 기억이 됐지요.

그날의 폭풍우, 미로 같은 도시, 긴 낮잠과 신기한 꿈. 다른 여행길에서는 겪을 수 없는, 오직 할아버지와 아이 사이에만 존재하는 것들이지요. 이 모든 게 없었다면 이 여정도, 만남도 없었을지 모릅니다. 결국 할아버지와 아이 사이의 것들은 둘을 가로막은 게 아닌, 오히려 이어 주고 있던 것이죠. 그래서 아이는 말합니다. 우리 사이에 있는 폭풍우가 좋다고, 서른아홉 마리의 젖소도, 도로를 꽉 막은 차들도, 높은 바위산들도 전부 좋다고요.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머무르게 되는 풍부하고 알록달록한 세계

빨강, 노랑, 파랑, 초록이 대담하게 어우러진 알록달록한 색감은 한 장 한 장 눈을 사로잡고, 긴 여행길의 변화무쌍한 풍경을 생생하게 담아냅니다. 칠흑 같은 밤길을 가르는 노란 자동차가 누비는 초원, 도시가 한눈에 다가오지요.

또 그림 곳곳에 숨은 디테일은 들여다볼수록 새로운 발견을 선사합니다. 책 속 아이와 함께 서른여섯 마리의 젖소를 세고, 미로 같은 도시의 골목골목을 살피고, 타일처럼 빼곡히 채워진 나무, 집, 사람들을 바라보다 보면 어느새 그 아기자기함에 녹아들게 됩니다.

특히 차 안에서 스르르 잠든 아이의 꿈속으로 여행길 풍경이 스며드는 장면은 가장 오래 머물게 되는 순간입니다. 한편 아이는 몰아치는 폭풍우의 빗줄기를 손가락으로 세어 보며 웃어 보이기도 해요.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보다 호기심이 앞서는 아이의 천진난만함에 미소 짓게 되지요. 아이와 함께 이 그림책을 펼치는 순간, 우리 모두 특별한 여행길에 오르게 될 거예요.

지은이 조피아 옐로비츠카 비안히니

11살에 폴란드에서 프랑스로 간 뒤, 프랑스어를 모르는 제가 학교 친구들과 이야기할 수 있었던 방법은 그림이었어요. 그림은 또 하나의 언어가 되어 주었고, 소중한 만남의 순간들을 종이 위에 담아낼 수 있게 해 주었어요. 저는 그림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말과 그림을 잇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며 책을 만들어요.

옮긴이 권지현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부터 번역가의 꿈을 키웠어요. 그래서 서울과 파리에서 번역을 전문으로 가르치는 학교에 다녔고, 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번역을 하면서 번역가가 되고 싶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어요. 그동안 옮긴 책으로는 「도전 명탐정 프로젝트」 「보통의 호기심」 「꼬마 중장비 친구들」 「징글 친구」 시리즈와 『내 친구 숫자를 소개합니다』 『우리 집 똥강아지』 『수집가들의 보물』 『미생물 팬클럽』 『벌레 팬클럽』 『버섯 팬클럽』 『아나톨의 작은 냄비』 『겁 없이 달리는 소녀』 등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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