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그저 게임이라고 믿었다
‘남자’가 되려는 소년들
2025 카네기 메달 최종 후보작, 2023년 『파이낸셜 타임스』 선정 올해의 최우수 청소년 도서인 『남자가 되는 게임』이 국내 독자들을 찾아왔다. 『남자가 되는 게임』은 어른의 문턱에 선 네 소년이 남자다움이라는 잣대 앞에서 각자의 답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빨리 돈을 벌고 싶은 마크, 강해지고 싶은 루크, 어른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못하는 매트, 엉뚱한 도전을 즐기는 조니. 넷은 어느 날 현실이 시시해져 저마다의 게임을 시작한다. 하지만 게임은 점점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들은 과연 바라던 대로 ‘남자’가 될 수 있을까?
“매일이 지루하고 떠밀려 가는 느낌이잖아요.”
무료한 일상에서 도망치기 위해 시작한 네 소년의 게임
네 소년에게 일상은 너무도 느리고 시시하다. 무료함을 견디지 못한 소년들은 저마다 ‘게임’을 만들고, 그 속에서 스스로 남자가 되어 간다고 여긴다. 마크는 ‘그 형’을 도와 물건을 팔면서 매주 돈을 받고, 새 휴대전화나 운동화 같은 보상도 얻는다. 친구들이 부러워하는 물건을 손에 넣고 통장에 돈이 쌓일수록 게임에서 점수를 얻는 것처럼 즐겁다. 루크는 남자는 강해야 한다고 억압하는 아빠의 기대에 맞추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몰아붙인다. 과격한 훈련을 할 때마다 강해지고 있다고 믿는다. 매트는 다른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면 아무도 자신의 속마음을 묻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타인의 기대에 맞추는 것은 매트가 자신을 감추고 지키는 방법이다. 조니는 가만히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지루함을 잊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재밋거리를 찾아다닌다. 이렇게 성격도 고민도 다른 넷은 저마다의 규칙으로 게임을 이어 간다. 하지만 그저 재미있는 장난에 불과했던 게임은 더 이상 장난으로 끝나지 않는다.
무너뜨리기 위해 쌓아 올리는 아지트
위험할수록 자유로운 소년들의 게임
소년들에게는 함께 만든 아지트가 있다. 가능한 한 높이 짓고, 가진 것을 활용해 멋진 공간을 만들고, 계획한 대로 완성해 간다. 아지트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싫증이 나면 허물고 난 후, 쓸 만한 재료를 다시 모아 새로운 아지트를 만든다. 짓기 위해 무너뜨리고, 무너뜨리기 위해 다시 짓는 것. 중심 기둥을 반으로 자르고 밧줄을 당겨 아지트 전망대를 무너뜨리는 순간, 이들은 다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긴장과 자유를 만끽한다.
아지트는 무언가를 만들고, 한계를 시험하고, 다시 쓰러뜨리는 네 소년의 게임을 고스란히 보여 준다. 공들여 만든 것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행동에서 소년들은 억눌린 마음을 풀어내고 해방감을 느낀다. 자기 모습과 욕구를 마음껏 드러내지 못할수록, 그 마음은 때로 파괴적인 행동으로 표출된다. 그리고 그 순간의 해방감은 같은 행동을 반복하게 만든다. 아지트에서처럼 각자의 게임에도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그리고 그 규칙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정한 것만은 아니다. 강해야 하고, 겁먹지 않아야 하고, 이겨야 하고, 원하는 것을 손에 넣어야 한다. 또 타인의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해야 한다.
“어디로 가야 할지 알려 주는 지도 같은 게 있을까?”
‘남자’보다는 어른으로, 자신만의 답을 찾아서
넷의 게임은 서로 달라 보이지만, 그 바탕에는 ‘남자라면 이래야 한다’라는 세상의 규칙이 깔려 있다. ‘남자다운 것’이란 무얼 뜻하는 걸까? 저마다 원하는 남자가 되려 했던 네 소년은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다. 서로를 놀리고 경쟁하며 게임을 이어 가는 동안 친구의 선택을 막지 못하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렇게 보낸 시간은 넷의 삶에 깊은 흔적을 남긴다. 게임이 끝난 뒤 네 소년 앞에 남은 것은 ‘어떤 남자가 될 것인가’와 함께,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라는 또 다른 질문이다.
소설은 ‘남자다움’이라는 주제를 거창하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대신 네 소년이 각자의 게임에 점점 더 깊이 빠져드는 과정을 따라가며, 소년들의 선택과 행동이 어디서 비롯되는지를 보여 준다. 독자는 네 소년을 지켜보는 사이에 자신도 모르게 받아들였던 ‘남자다움’의 기준을 돌아보게 될 것이다.
지은이 루크 팔머Luke Palmer
1992년 영국 동커스터에서 태어났다. 중등학교 교사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청소년기의 현실적이면서 무거운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다루었을 뿐만 아니라 청소년의 심리를 세밀하게 묘사하여 평단의 인정을 받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브랜포드 보스상 최종 후보에 오른 『Grow』와 카네기 메달 최종 후보작인 『남자가 되는 게임』 그리고 『Live』가 있다. 현재는 작가이자 시인으로 활동하며 배우자와 세 딸 그리고 개, 고양이와 함께 영국 윌트셔에 거주하고 있다.
옮긴이 김지애
영어권과 스페인어권의 어린이·청소년 책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을 하면서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외국 도서 추천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모두의 인류 진화사』 『심장이 연주하는 우리 몸』 『색깔 전쟁』 『친구를 사귀려면』 『넌 내가 안 보이니?』 『씨 없는 수박은 어떻게 심어?』 『안 돼?』 『너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세상 가장 높은 곳의 정원』 『암탉은 파업 중』 외 여러 권이 있다.
2025 카네기 메달 최종 후보작
2023년 『파이낸셜 타임스』 선정 올해의 최우수 청소년 도서
소년들은 그저 소년으로 머물지 않고 훨씬 더 큰 존재가 되려 한다. 놀라우리만큼 예리하고 사실적이다. 소년들의 우정을 다룬 책 가운데 단연 최고다.
_키스 그레이, 『타조 소년들』 저자
정말 놀라운 책이다. 서정적이면서도 힘 있는 문장 하나하나, 모든 캐릭터가 진실되게 울려 퍼진다. 깊이 있고, 시적이고, 유머러스하고, 가슴 아프면서도 무엇보다 사실적이다. 루크 팔머는 소년의 즐거움과 두려움, 복잡미묘한 감정을 탁월하게 묘사한다.
_조안나 나딘, 『Joe All Alone』 저자
누구든 한순간에 잘못된 길로 접어들 수 있다는 것을 이 소설은 섬뜩할 만큼 생생하게 보여 준다. 책 속으로 손을 뻗어 이 소년들을 구하고 싶었지만,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_리사 히스필드, 『Paper Butterflies』 저자
소년들의 우정을 다룬 현실적이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강렬하고 솔직하고 재미있으면서도 가슴 아프다. 사서 교사로서 모든 학교 도서관에 강력히 권장한다.
_굿리즈 리뷰
네 소년은 영웅도 아니고 약자도 아닌, 그저 평범한 노동자 계층 아이들이다. 각자의 방식으로 싸우고, 서로에게 기대며 버텨낸다.
_굿리즈 리뷰
매 순간이 어떻게 흘러갈지 수많은 가능성을 미리 알아낼 수 있을까? 어디로 가야 할지 알려주는 지도 같은 게 있을까? 혹은 가지 말아야 할 길을 알려주는 지도 같은 건? (6쪽)
“게임을 안 하면 잠자고 있는 거 같아. 현실은 모든 게 너무 느려서 시시해. 그런데 게임을 할 때면 여기가 꽉 조이는 느낌이 들거든.” (7쪽)
나는 이 순간이 가장 좋았다. 다치거나 더 심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완전히 바보 같은 짓을 하기 직전의 이 순간이. 무력할 정도로 자유로워지기 직전의 그 찰나가 좋았다. (21쪽)
아빠는 누군가를 정말 이기고 싶다면 내가 원하는 것을 갖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했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빼앗아야 진짜 이기는 거란다. 그게 뭐가 됐든, 먼저 상대의 눈앞에 보여준 다음 빼앗는 거다. 상대가 져야 내가 이긴다. 그것이 경쟁의 본질이다. (29쪽)
내 게임은 이거다. 사람들이 시키는 일을 언제나 최선을 다해 해내는 것. 그게 전부다. (…)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만 하면 아무도 질문 같은 건 하지 않는다. (…) 어쩌면 친구 관계에도 같은 규칙이 적용되는 건지 모른다. 시키는 것을 잘 해내기. 때로는 시키지 않은 일이라도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스스로 잘 해내야 한다. (36~37쪽)
어디로 가야 할지 알았다. 늘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아는 것을 이용해 상황을 유리하게 만들라던 아빠의 말을 떠올렸다. (125쪽)
무언가 쓸모가 없어졌다면 그것은 쓸모가 있었을 때와 똑같이 불러야 할까? 망가진 우산은 여전히 우산이며, 빈 봉지는 여전히 감자칩 봉지일까? 누구도 다 비운 봉지에 새 감자칩을 다시 넣지는 않는다. 이전의 이름으로 불리고 있음에도 쓸모가 없다는 사실이 그 사물을 쓰레기로 만든다. 다 써버린 것. 폐기물. (144쪽)
톰이 대시보드에 올려둔 봉투를 집어 들더니 50파운드 지폐 두 장을 꺼내 접은 다음 내게 건넸다.
“입에 넣어. 입 다물고 몇 분만 꾹 참으면 네 거가 될 거야.”
“저기, 만약에요….”
“너만 믿는다, 아담. 이건 그냥 게임이야. 나 믿지?”
다시 끄덕였다. 또다시 전율에 휩싸였다. 이 게임을 얼마나 잘 해내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167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