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였대도 사라지지 않은 나무
한 그루 나무가 다시 숲이 되기까지
호주어린이도서협의회(CBCA)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올해의 그림책’, ‘주목할 만한 책’ 등을 수상한 작가 지노 스워더의 신작.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머리를 싸매던 그림책 작가에게 말을 건 연필은 곧 커다란 나무였던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책은 연필, 성냥, 시계, 의자 등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물건들이 본래 ‘나무’였다는 것을 일깨우며 나무의 시선으로 숲의 생태를 자연스럽게 보여 준다. 이 책은 앞으로도 자연과 함께해야 할 우리가 지금껏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 이야기한다.
“나는 커다란 나무였으나 지금은 콘크리트 상자 안에 살고 있다.
빛이 깜빡거릴 뿐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 곳.”
나무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숲 이야기
책은 그림책 작가를 관찰하는 연필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아이디어가 바닥나서 괴로워하던 그림책 작가에게, 연필은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걸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지요.
지금은 그림책 작가의 손에 쥐어졌지만, 한때는 커다란 나무였던 연필은 어둠 속에서 싹을 틔운 뒤 햇빛을 향해 가지를 뻗고, 비와 바람을 견디며 자라납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무는 점점 커지고, 새와 벌레가 사는 집이 되기도 하지요. 숲의 여러 동식물이 나무를 중심으로 모여들면서 나무는 그 속에서 조용히 숲의 일부가 됩니다.
책은 나무의 시선으로 숲을 바라보며 숲의 생태가 어떻게 이뤄져 있는지, 계절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 자연스럽게 알려 줍니다. 이런 나무의 목소리를 따라가며 숲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생명을 소개하고, 그들과 우리가 어떻게 이어져 있는지 함께 바라보게 합니다.
“울지 마. 이번에는 내가 긴 여행을 떠날 차례니까.”
숲에서 시작된 나무의 여행
우리가 매일 쓰는 물건들이 원래 어떤 모습이었는지 생각해 본 적 있나요? 연필, 의자같이 늘 사용하면서도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는 궁금해하지 않았을지 몰라요.
평화롭던 숲에 어느 날 기계가 들이닥치고, 나무는 베이게 됩니다. 더 이상 숲에 있을 수 없게 된 나무이지만, 나무는 의자와 성냥, 시계와 연필 같은 여러 물건으로 바뀌어 사람들의 일상으로 들어갑니다.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물건들이 실은 숲에서 시작된 것이지요.
나무가 베인 자리에 다시 씨앗이 심기고, 그곳에 새로운 나무가 자라나는, 파괴된 이후의 자연이 회복하는 이미지를 충분히 보여주면서 숲의 의미와 자연의 순환 과정을 생각하게 합니다. 이 책은 어떻게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지 직접적인 방법을 알려 주지는 않지만, 우리가 놓친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되찾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떠올리게 하며 가슴 한편을 아리게 합니다. 이 아픔을 통해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다시 물어야겠지요.
숲의 이야기를 따뜻하고 아름답게 펼쳐 보이는 세밀한 그림
그림은 광활한 숲의 풍경과 그 안에 깃들어 살아가는 여러 생물의 모습을 세밀하게 담아냅니다. 숲을 가득 채운 나무와 풀, 그 사이를 오가는 새와 벌레, 작은 동물들이 차분한 색감과 섬세한 선으로 표현되어 숲이 하나의 살아 있는 공간처럼 느껴집니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숲의 분위기와 빛의 흐름도 자연스럽게 담겨 있어, 한 장씩 넘기며 숲의 시간을 함께 따라가게 됩니다. 한 그루 나무가 사람들의 삶 속으로, 그리고 다시 자연의 순환으로 이어지는 긴 여정을 전하는 인상적인 연출 또한 깊은 몰입감을 줍니다.
지은이 지노 스워더
호주 멜버른에서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만든다. 창문 청소부, 저널리스트, 영어 교사, 영사관 직원, 난민과 이민자 지원 활동가, 보석 디자이너 등 여러 직업을 거쳤다. 문구류를 좋아하고 그중에서도 특히 연필에 남다른 애정이 있다. 2021 호주어린이도서협의회(CBCA)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뽑혔으며, 첫 번째 그림책 『작고 푸른 점』이 ‘주목할 만한 책’에 선정되었다. 『자꾸만 작아지는 나의 부모님』이 2023 CBCA ‘올해의 그림책’을 수상하고, 이 책 『나는 커다란 나무였으나』가 2026 호주 빅토리아주 총리 문학상 후보에 올랐다.
옮긴이 신수진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오랫동안 어린이책 편집자로 일했다. 지금은 제주도에 살면서 번역가, 시민교육 활동가로 일한다. 대학원에서 사회학을 공부한 덕에 더 많은 목소리들에 귀를 기울일 수 있게 되었다. 옮긴 책으로 『13층 나무집』 시리즈, 『내 친구 스누피』 시리즈 등이 있고, 다움북클럽 『오늘의 어린이책』 편집위원이다.

